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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.렁.뚱.땅.
결혼을 신중하게 해야할 이유가 뭔지 결혼식 전날 생각하고 있다. 결혼은 이벤트다. 나는 안과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살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. 꼭 그래야 한다는 이유도 없다. 인생을 함께 늙어간다는 건 굉장히 멋진 일이다. 그러나 그게 반드시 단 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건 굉장한 억압이다. 안과 나는 살아온 인생이 그런 억압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는 사람들이다. 이건 잘난 체도 아니고, 쿨함도 아니다.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냥 가는 거다. 만난지 7년 째, 동거한 지 6년 째, 우리는 그냥 함께 가고 있다. 결혼은 잠시 지나가는 간이역이고, 돌아보면 간이역이 아닌 게 없다.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그렇겠지. 우리의 결혼은, 파도가 잔잔히 치는 풍경이 담긴 밥 로스의 그림 위에 새인 듯 점 인듯 찍혀 있는 갈매기 같아서 했어도 그만, 안 했어도 그만이다. 그 점과 같은 새를 찍자고 한 건 나니까, 후회는 없다. 그래서 우리의 결혼은 반드시 이벤트여만 된다. 다른 의미가 부여되었으면, 아마 나도 안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. 정말 없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지만, 우리 역시 결혼을 준비하는 연인들이 겪을 일을 피하지는 못 했다. 실망은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고 해야 되나(이런 ㅆㅂ, 예수도 부모가 있지 않은가!) 어쨌거나 나는 턱시도를 입고, 하객을 맞으며, 그리고 행진을 하며, 웃고 있을 것이다. 안과 나는 함께 걸어들어 갈 것이다. 내면의 황폐함을 감추기 위해 외형의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이 패션이다.
세상에 이렇게 많을 줄이야. 새삼 놀랍다.
기가 막힌 건 나도 그쪽에서 보기엔 딱 미친놈이라는 거. 답이 안 보인다. 화해하는 삶은, 아무래도, 이제 끝난 것 같다. 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도 있구나 싶겠지만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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